좋아하는 詩

鶴 - 서정주

효림♡ 2009. 6. 8. 08:26

*서정주  

 

千年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운 강물이 흐르듯
鶴이 날은다.

千年을 보던 눈이,
千年을 파닥거리던 날개가
또 한번 天涯에 맞부딪노라.

山덩어리 같아야 할 忿怒가
草木도 울려야 할 설움이
저리도 조용히 흐르는구나.

보라, 옥빛, 꼭두서니,
보라, 옥빛, 꼭두서니,
누이의 수틀을 보듯
세상을 보자.

누이의 어깨 너머
누이의 繡틀 속의 꽃밭을 보듯
세상은 보자.

울음은 海溢
아니면 크나큰 祭祀와 같이.

춤이야 어느 땐들 골라 못 추랴.
멍멍히 잦은 목을 제 죽지에 묻을 바에야
춤이야 어느 술참 땐들 골라 못 추랴.

긴 머리 잦은 머리 일렁이는 구름 속을
저, 울음으로도 춤으로도 참음으로도 다하지 못한 것이
어루만지듯 어루만지듯
저승 곁을 날은다
 *

 

* 서정주시집[안 끝나는 노래]-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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