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산에 사는 산사람 - 법정

효림♡ 2009. 6. 9. 09:42

* 산에 사는 산사람

 

1.

리가 산을 찾는 것은

산이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산에

푸른 젊음이 있어

우리에게 손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묻지 않은 사람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커다란 조화를 이루면서

끝없는 생명의 빛을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고 싶다

그런 산에 돌아가

살고 싶다 

 

2.

우리처럼 한평생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산은 곧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나 종교가

벽돌과 시멘트로 된 교실에서가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숲 속에서 움텄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3.

산에서 사는 사람들이

산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면

속 모르는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산승들은 누구보다도

산으로 내닫는 진한 향수를 지닌다

산에는 높이 솟은 봉우리만이 아니라

깊은 골짜기도 있다

나무와 바위와 시냇물과

온갖 새들이며 짐승, 안개, 구름, 바람, 산울림

이 밖에도 무수한 것들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산은 사계절을 두고 늘 새롭다

그 중에도 여름이 지나간 가을철 산은

영원한 나그네인 우리들을

설레게 한다

 

4.

인적이 미치지 않는 심산에서는

거울이 필요 없다

 

둘레의 모든 것이 내 얼굴이요

모습일 테니까

 

달력도 필요 없다

시간 밖에서 살 테니까

 

혼자이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얽어매지 못할 것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순수한 내가 있는 것 

자유는 홀로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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