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별을 보며 - 이해인

효림♡ 2009. 12. 30. 08:39
* 별을 보며 - 이해인 

고개가 아프도록 별을 올려다본 날은

꿈에도 별을 봅니다

 

반짝이는 별을 보면 반짝이는 기쁨이

내 마음의 하늘에도 쏟아져 내립니다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 살면서도 혼자일 줄 아는 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는 별

 

나도 별처럼 살고 싶습니다


얼굴은 작게 보여도 마음은 크고 넉넉한 별

먼 데까지 많은 이를 비춰 주는 

 

나의 하늘 친구 별


나도 날마다 별처럼 고운 마음

반짝이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 별을 보면  

하늘은

별들의 꽃밭


별을 보면

내 마음

뜨겁게 가난해지네


내 작은 몸이

무거워

울고 싶을 때


그 넓은 꽃밭에 앉아

영혼의 호흡소리

음악을 듣네


기도는 물

마실수록 가득찬 기쁨


내일을 약속하는

커단 거울 앞에

꿇어 앉으면


안으로 넘치는 강이

바다가 되네

길은 멀고 아득하여

피리소린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별 뜨고

구름 가면

세월도 가네


오늘은 어제보다

죽음이

한치 더 가까와도


평화로이

별을 보며

웃어 주는 마음


훗날

별만이 아는 나의 이야기

꽃으로 피게


살아서 오늘을 더 높이

내 불던 피리

찾아야겠네

 

* 별  

밤이 오는 층계에서 별을 바라봅니다

내가 사는 집에는 층계가 많아

나의 하루는 수시로 숨이 차지만

다람쥐처럼 하루를 오르내리는 삶의 즐거움이여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층계

갈수록 높아뵈는

삶의 층계에서

별을 안고 기도하는 은은한 기쁨이여

별이신 당신을 오늘도 바라봅니다

 

* 황홀한 고백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책만드는집

 

* 송년 엽서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 번 스쳐가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 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주겠지요? *

* 이해인시집[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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