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 이병률 *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 이병률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오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에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 좋아하는 詩 2016.02.19
저녁의 운명 - 이병률 * 저녁의 운명 - 이병률 저녁 어스름 축대 밑으로 늘어진 꽃가지를 꺾는 저이 저 꽃을 꺾어 어디로 가려는 걸까 멍을 찾아가는 걸까 열을 찾아가는 걸까 꽃을 꺾어 든 한 팔은 가만히 두고 나머지 한 팔을 저으며 가는 저이는 다만 기척 때문이었을까 꽃을 꺾은 것이 그것도 흰 꽃인 것이 .. 좋아하는 詩 2013.10.10
찬란 - 이병률 * 찬란 - 이병률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방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 좋아하는 詩 2013.04.20
별의 각질 - 이병률 * 별의 각질 - 이병률 애초 내가 맡은 일은 벽에 그려진 그림의 원본을 추적하여 도화지에 옮겨 그리는 일이었다 부러진 이 가지 끝에 잎이 달렸을까 이 기와 끝에 매달린 것이 하늘이었을까 하루 이틀 상상하는 일을 마치고 처음 한 일은 붓으로 벽을 터는 일이었다 벽에다 말을 걸듯 천.. 좋아하는 詩 2009.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