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 모음 3 * 밥값 -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 시인 詩 모음 2011.04.15
4월 시 모음 * 사월 비빔밥 -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 사월 -.. 시인 詩 모음 2011.04.01
유등 - 정호승 * 유등 - 정호승 등불 하나 강물에 떠나보내지 않고 어찌 강물을 사랑했다 하랴 강물에 등불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어찌 등불을 사랑했다 하랴 떠나가지 않으면 떠나 보내리라 흘러가지 않으면 흘려보내리라 강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외로운 술집이 되어 가슴마다 술 마시는 밤 밤하늘을 .. 정호승* 2010.09.29
세한도(歲寒圖) 시 모음 * 세한도(歲寒圖) - 신현정 눈 펄펄 날리는 오늘은 내 나귀를 구해 그걸 타고 그 집에 들르리라 그 집 가게 되면 일필휘지(一筆揮之), 뻗치고 휘어지고 창창히 뻗은 소나무 아래 지붕 낮게 해서 엎드린 그 집 주위를 한 열 번은 더 돌게 되리라 우선 당호(堂戶)에 들기 전 헛기침을 해보고 그.. 시인 詩 모음 2010.01.19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 정호승* 2009.12.16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 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와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와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 정호승* 2009.10.12
수화합창 - 정호승 * 수화합창 - 정호승 봄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초등학생들의 맑은 발소리를 듣는다 봄눈을 맞으며 보리밭을 밟는 아버지의 다정한 발소리를 듣는다 햇살을 보고 살며시 웃음 터뜨리는 아침이슬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한순간 정신없이 퍼붓는 소나기에 나뭇잎들이 장난을 치며 목욕하는 .. 정호승* 2009.10.12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은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 정호승* 2009.10.12
옥잠화 - 정호승 * 옥잠화 - 정호승 가을입니다 초승달이 떴습니다 동쪽으로 가는 사람은 동쪽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고 서쪽으로 가는 사람은 서쪽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고 나는 당신의 눈동자 속으로 초승달을 가지고 가서 초승달에 걸터앉아 옥잠화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나는 오늘도 돌을 갈.. 정호승* 2009.10.12
포옹 - 정호승 * 포옹 - 정호승 뼈로 만든 낚싯바늘로 고기잡이하며 평화롭게 살았던 신석기 시대의 한 부부가 여수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한 섬에서 서로 꼭 껴안은 채 뼈만 남은 몸으로 발굴되었다 그들 부부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 사진을 찍자 푸른 하늘 아래 뼈만 남은 알몸을 드러내.. 정호승* 2009.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