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다시 꿈꿀 수 있다면 - 박라연

효림♡ 2008. 9. 20. 14:31

* 다시 꿈꿀 수 있다면 - 박라연 

 

다시 꿈꿀 수 있다면

개미 한 마리의 손톱으로 사천오백 날쯤

살아낸 백송, 뚫고 들어가 살아보는 일

나무 속에 살면서

제 몸의 일부를 썩히는 일

제 혼의 일부를 베어내는 순간을 닮아보는 일

향기가 악취 되는 순간을 껴안는 일

다시 꿈꿀 수 있다면

제것인 양 슬픔을 연기하는 배우처럼

누군가의 슬픔을 소리낼 줄 아는 새가 되는 일

새가 되어 살면서

미처 못 간 길, 허공에 길을 내어주는 일

그 길을 또다시 잃어버리고도

개미 한 마리로 살아내게 하는 일

나무 속에 살면서 새가 되어 살면서

축복이 神이 내리고

불운은 인간이 만든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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