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해 넘어가기 前 한참은 - 김소월

효림♡ 2008. 10. 8. 08:15

 

* 해 넘어가기 한참은 - 김소월 

 

해 넘어가기 전 한참은

하염없기도 그지없다 

연주홍물 엎지른 하늘 위에

바람의 흰 비둘기 나돌으며 나뭇가지는 운다

 

해 넘어가기 전 한참은

조마조마하기도 끝없다

저의 맘을 제가 스스로 늦구는 이는 복 있나니

아서라, 피곤한 길손은 자리잡고 쉴지어다

 

까마귀 좇닌다

종소리 비낀다.

송아지가 [음마] 하고 부른다

개는 하늘을 쳐다보며 짖는다

 

해 넘어가기 전 한참은

처량하기도 짝없다

마을 앞 개천가의 體地 큰 느티나무 아래를

그늘진 데라 찾아 나가서 숨어 울다 올꺼나

 

해 넘어가기 전 한참은

귀엽기도 더하다

그렇거든 자네도 이리 좀 오시게

검은 가사로 몸을 싸고 염불이나 외우지 않으랴

 

해 넘어가기 전 한참은

유난히 다정도 할세라

고요히 서서 물모루 모루모루

치마폭 번쩍 펼쳐들고 반겨오는 저 달을 보시오 

 

 * 김소월 시집[진달래꽃]-미래사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향기 - 윤보영  (0) 2008.10.17
남편 - 문정희  (0) 2008.10.16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0) 2008.10.03
목숨의 노래 - 문정희  (0) 2008.10.01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0) 2008.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