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남편 - 문정희

효림♡ 2008. 10. 16. 09:05

  

* 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 문정희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

'좋아하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가(戀歌) - 신중신  (0) 2008.10.17
사랑의 향기 - 윤보영  (0) 2008.10.17
해 넘어가기 前 한참은 - 김소월  (0) 2008.10.08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0) 2008.10.03
목숨의 노래 - 문정희  (0) 2008.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