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들이 조용할 때 -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 *
* 김용택시집[수양버들]-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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