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효림♡ 2009. 2. 2. 08:21

               

*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

 

* 김용택시집[그 여자네 집]-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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