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춘설(春雪) - 정지용

효림♡ 2009. 2. 5. 08:34

* 춘설(春雪) - 정지용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들어
바로 초하루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묏부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로워라,

옹송거리고 살아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 기던 고기 입이 오물거리는,

꽃 피기 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춥고 싶어라. *

 

* 춘설 - 유금옥

 

이 고장에서는 눈을 치우지 않습니다
이 고장에서는 봄도 치우지 않습니다
지난 가을 요양 온 나는
그리움을 치우지 않고 그냥 삽니다
대관령 산비탈 작은 오두막
여기서 내려다보면, 눈 내린 마을이
하얀 도화지 한 장 같습니다
낡은 함석집들의 테두리와 우체국 마당의 자전거가
스케치 연필로 그려져 있습니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3월, 겨울이 긴 이 고장에서는
폭설이 자주 내리지만 치우지 않고 그냥 삽니다
여름도 가을도 치운 적이 없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도시처럼 눈을 포클레인으로 밀어내지 않습니다
다만, 담뱃가게와 우체국 가는 길을
몇 삽 밀쳐놓았을 뿐입니다 나도 山만한 그대를
몇 삽 밀쳐놓았을 뿐입니다

山 아래 조그만 태극기가 그려져 있는
면사무소 뒷마당,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포클레인 한 대가 보입니다
지지난해 들여놓은 녹슨 추억도 이 고장에서는
치우지 않고 그냥 삽니다 

 

*  춘설 (春雪) - 동방규(당 시인)

春雪滿空來 - 춘설만공래

觸處似花開 - 촉처사화개

不知園裡樹 - 부지원리수

若箇是眞梅 - 약개시진매

봄눈이 하늘 가득 내려

여기 저기 꽃이 핀 듯.

알 수 없구나, 뜨락의 나무 가운데

어느 것이 참 매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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