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수유 - 마종기
나는 이제 고국에서는
바람으로만 남겠네
보이지는 않지만 만져지고
있는 것 같지만 가능고 긴 감촉 뿐
극치의 순간에만 숨쉬고 있는
그해의 뒤채에 내가 남긴 산수유
그 안에 빛바랜 바람만 남아
내 지는 생의 열매가 되었네
끝내 빈 몸 헤쳐버리고
바다를 건넜다고 알고 있게
언젠가는 바람이 말을 한다고
주제 넘게 중얼거린 적이 있었지만
그래, 먼저 간 친구들아, 들리네
흩날리는 몸에서 해방되는 가을 색
더 이상은 추위도 목마름도 지우고
간단하고 쉬운 이별만으로 나를 채우리
* 마종기시집[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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