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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춘(早春) - 정인보

효림♡ 2009. 4. 7. 08:16

* 이른 봄 - 정인보    

그럴사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개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올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말고 헤쳐본들 어떠리  *

 

* 조춘(早春)
그럴싸 그러한 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따슨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별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올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본들 어떠리

* 매화사(梅花詞) 삼첩(三疊)
쇠인 양 억센 등걸 암향부동 어인 꽃고
눈바람 분분한데 봄소식을 외오 가져
어즈버 지사고심을 비겨 볼까 하노라.

담담 중 나는 낮빛 천상선자 분명하다
옥난간 어디메뇨 인간연이 무겁던가
연조차 의생기 나니 언다 저어 하리오.

성긴 듯 정다웁고 고운신 채 단정할사
천품이 높은 전차 웃음에도 절조로다
마지 못 새이는 향내 더욱 그윽 하여라.

* 국화사(菊花詞) 삼첩(三疊)
울섶 밑 두어 송이 서릿발에 더 새롭다
인왕산 솟은 수색 유정한 듯 와서 비춰
인간에 알이 없음을 한해 무삼하리오.

더친다 안 변하니 도움일레 서리되려
황금을 간듯한 빛 다사론 때 보올것가
인사도 이러할렀다 뜻있는 이 아소서.

자 넘은 파리한 몸 작다려건 작다하소
된내기 겪고 나니 이 카 아니 높하이까
찬 기운 어리신 얼굴 곱다 감히 하리요.

* 비로봉(毘盧峰) -초(抄)
목 넘어 올라오자 급히 도는 천봉만봉
잉어 등 지느러미 펄펄할싸 중향성을
산 꿈틀 모두 산 것을 이제 본 줄 아노라.

저기 저 열푸른 것 구름 아냐 동해로다
솟은 듯 삐죽삐죽 있다 없다 그 무엇고
어럼풋 열린 너머에 괴불 예뻐 하노라.

열구룸 검어지며 측백밭에 비 뿌린다
여기도 인간이라 거할 주막 았다 하네
옆으로 볕 지나가며 푸른 하늘 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