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기다림의 나무 - 이정하

효림♡ 2009. 5. 2. 09:32

 

* 기다림의 나무 - 이정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 얼굴이 잊혀 갈 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 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 이정하시집[한 사람을 사랑했네]-자음과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