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희망 - 노천명

효림♡ 2009. 5. 6. 08:04

* 희망 - 노천명 

 

꽃술이 바람에 고갯짓하고
숲들 사뭇 우짖습니다.

 

그대가 오신다는 기별만 같아
치맛자락 풀덤불에 긁히며
그대를 맞으러 나왔습니다.

 

내 남자에 산호(珊瑚)잠 하나 못 꽂고
실안개 도는 갑사치마도 못 걸친 채
그대 황홀히 나를 맞아주겠거니ㅡ
오신다는 길가에 나왔습니다.

 

저 산말낭에 그대가 금시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녹음 사이 당신의 말굽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내 가슴이 왜 갑자기 설렙니까

 

꽃다발을 샘물에 축이며 축이며
산마루를 쳐다보고 또 쳐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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