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 9 - 김용택
강 건너 산밭에 하루 내내 스무 번도 더 거름을 져나르셨단다.
어머님은 발바닥이 뜨겁다며 강물에 발을 담그시며 자꾸 발바닥이 뜨겁단다.
세상이야 이래도 몸만 성하면 농사짓고 사는 것 이상 재미있고 속 편한게
어디 있겠냐며 자꾸 갈라진 발바닥을 쓰다듬으시며 자꾸 발바닥이 뜨겁단다.
어머니, 우리들의 땅이신 어머니. 오늘도 강을 건너 비탈진 산길 거름을
져다 부리고 빈 지게로 집에 오기가 아까워 묵은 고춧대 한짐 짊어지시고
해 저문 강길을 홀로 어둑어둑 돌아오시는 어머니, 마른 풀잎보다
더 가볍게 흔들리시며 징검다리에서 봄바람 타시는 어머니.
아, 불보다 더 뜨겁게, 불붙을 살도 피도 땀도 없이 식지 않는 발바닥으로
뜨겁게 뜨겁게 바람 타시는 어머니. 어느 물, 이 나라 어느 강물인들
어머님의 타는 발다닥을 식히겠습니까 어머니, 우리들의 땅이신 어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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