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수아비 3 - 이정하
어둠이 쌓여오면
그 슬픈 임자들이 내 몸을 감싸 오면
참았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지는 게지
참았던 그리움이 북받치는 게지
밤이 되면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더 고개를 떨군다
* 허수아비 4
요즘도 허수아비가 있나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지 모르지만
허수아비는 꼭 들판에만 있는게 아니다
둘러보아라, 허수아비 아닌 사람이
여기 어디 있는지
누더기 덕지덕지 기운 삶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다
혼자 버티고 서 있어야 하리
들판에만 허수아비가 있는 게 아니다
세상 천지에 허수아비 아닌 사람 없다
* 허수아비 5
나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요
그날 이후
기억이 멈춰 버렸거든요
그저
지난 옛사랑이려니 고개 돌리려 해도
그대 그리도 깊어
내 안에서 문드러지고 짓이겨져
끍어낼 수조차 없었는데
그댄 거기서 잘 살고 있나요?
난 여기서 마냥 이대로 있어요
* 이정하시집[사랑해서 외로웠다]-자음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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