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저녁 - 도종환
혼자서 바라보는 하늘에 초저녁 별이 하나
혼자서 걸어가는 길이 멀어 끝없는 바람
살아서 꼭 한번은 만날 것 같은
해거름에 떠오르는 먼 옛날 울며 헤진 그리운 사람 하나 *
* 별 아래 서서
별 하나 흐르다 머리 위에 머뭅니다
나도 따라 흐르다 별 아래에 섭니다
이렇게 마주 보고 섰어도
늘상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습니다
함께 사랑하고 기뻐한 시간보다
헤어져 그리워한 시간이 길었습니다
만났던 시간은 짧고
나머지는 기다리며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
어느 하늘 어느 땅 아래 다시 만날 수 있을는지
떠나간 마음들 그리워 별만 바라봅니다. *
* 새벽별
새벽하늘에 돌아가지 못한 별 하나 떠 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가장 고요해지는 때를 기다려
우리들 가장 가까운 곳까지 내려온 별인지도 모르지요.
오손도손 사랑하고 가슴 아파도 하는 얘기에 귀기울이다
모두들 소리도 발자국도 없이 돌아갈 때에
너무도 가까이 내려와 오래오래 혼자 눈물짓다가
돌아가는 시간이 길어진 별인지도 모르지요.
남들보다 늦게까지 한 사람을 사랑하던 마음인지도 모르지요. *
* 당신의 별
이제 밤이 조금씩 길어집니다
꿈을 꾸다가도 죄짓는 일로 두렵고 괴롭습니다
나 하나를 지키며 사는 일도 이토록 어려워
메밀꽃같이 뜬 별 중에 당신의 별 하나 잊지 않습니다 *
* 도종환시집[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실천문학사
'도종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 초당 - 도종환 (0) | 2009.08.10 |
---|---|
섬 - 도종환 (0) | 2009.08.10 |
해인으로 가는 길 - 도종환 (0) | 2009.07.31 |
목백일홍 - 도종환 (0) | 2009.07.23 |
저녁 무렵 - 도종환 (0) | 2009.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