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백일홍 - 도종환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 도종환시집[부드러운 직선]-창비
'도종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별 - 도종환 (0) | 2009.08.10 |
---|---|
해인으로 가는 길 - 도종환 (0) | 2009.07.31 |
저녁 무렵 - 도종환 (0) | 2009.07.08 |
꽃씨를 거두며 - 도종환 (0) | 2009.07.08 |
매미 - 도종환 (0) | 2009.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