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피고 새가 울면 - 김용택
푸른 강을 지나며 매화꽃이 피었다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산수유나무 아래 앉아 산수유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먼 마을에서 닭이 울고 오래된 툇마루에 살구꽃이 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산에서 산벚꽃이 하얗게 날려오는 꿈 때문에 홀로 일어나 어둔 산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진달래꽃 핀 것을 보았지만 진지는 몰랐습니다
봄맞이꽃이 피었다고 아이들이 달려와 이르데요 가보진 못했답니다
산과 들이 빠르게 푸르러지더니
오동나무에 오동꽃이 피어나데요
산이 그렇게 혁혁한 공을 세우고
달빛이 방 안까지 깊이 찾아들어 내 얼굴을 덮었습니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생에 한 봄이 또 그렇게 갔어요 *
* 김용택시집[그래서 당신]-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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