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나무 - 김용택

효림♡ 2009. 8. 18. 09:04

* 나무 -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 *

 

* 김용택시집[나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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