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읍 일지(山邑日誌) - 신경림
아무렇게나 살아갈 것인가
눈 오는 밤에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박군은 감방에서 송형은
병상에서 나는 팔을 벤
여윈 아내의 곁에서
우리는 서로 이렇게 헤어져
지붕 위에 서걱이는
눈 소리만 들을 것인가
납북된 동향의 시인을
생각한다 그의 개가한 아내를
생각한다 아무렇게나 살아갈
것인가 이 산읍에서
아이들의 코묻은 돈을 빼앗아
연탄을 사고 술을 마시고
숙직실에 모여 섰다를 하고
불운했던 그 시인을 생각한다
다리를 저는 그의 딸을
생각한다 먼 마을의
개 짖는 소리만 들을 것인가
눈 오는 밤에 가난한 우리의
친구들이 미치고 다시
미쳐서 죽을 때
철로 이를 굴러 가는 기차소리만
들을 것인가 아무렇게나
살아갈 것인가 이 산읍에서 *
* 신경림시집[갈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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