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지는 그대 - 정남식
여름 한낮 구름의 얼굴
하늘 푸른 거울에서 하야말간 낯을 지우며
햇빛은 우리 사랑의 물기를 고양이처럼 핥는다
길 떠난 사랑 또한 오지 않고
먹을거리 가게의 처마 끝엔
웬일인지 여름 고드름이 무장 열리고
오지 않는 뜨거운 사랑을 견디며
고드름을 서서 따먹는다
꼬드득, 씹는 혀끝으로 내 사랑 부르리라
사랑은 지루하게 더디고
구불구불한 날들의 끝처럼
텅 마른 그대 날 저물 듯이 오리라
그대, 구름 같은 그대
하늘 푸른 거울에 낯 붉히며 비치는 구름이여
저녁노을, 낮은 한숨으로 피었다
지는 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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