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아침 기도 - 이해인

효림♡ 2011. 3. 12. 12:16

* 아침 기도 - 이해인  

잠에서 깨어나

다시 듣는 새소리

바람 소리에

가슴이 뜁니다

 

떠오르는 태양이

멀리서도 가까이 건네주는

사랑의 인사에

황홀해 하며

 

가슴 가득히

그 빛을 넣어둡니다

 

오늘 만나는 이들에게

골고루 이 빛을 나누어

행복할 수 있도록ㅡ*

 

* 밤 기도

오늘 하루도

감사했습니다

 

저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사랑을 거스른

모든 잘못에 대해

용서를 청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들의

잘못에 대해서도

용서를 청합니다

 

깊은 밤에는

그들의 속울음소리가

제게까지 들려와

눈물을 흘리는 시간입니다

 

근심 걱정 다 잊어버린

맑고 단순한 평화

꿈나라에서

다시 만들어

아침을 맞이할 수 있기를

 

오늘도 겸허히

두 손 모읍니다 *

 

* 작은 기도  

기쁠 때는

너무 들뜨지 않게

도와주시고

슬플 때는

너무 가라앉지 않게

도와주세요

 

나의 말을 할 땐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시고

남의 말을 할 땐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인내하며

미소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세요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성실과 겸손의 실습을

오늘도 게을리하지 않도록

꼭 도와주세요 *

 

* 다산의 말

" 남이 어려울 때
자기는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먼저 은혜를 베풀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의 오만한 근성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벼운 농담일망정
'나는 전번에 이리저리 도와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소리를 한 마디라도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말이 한 번이라도
입 밖에 나오면 지난날 쌓아놓은 공덕이
하루아침에 재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 속의 이 말을
하루에 한 번씩 되새김하면
다산 초당의 청정한 바람 소리도
가까이 들려오는 기쁨

기껏 좋은 일 선한 일 하고도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여
향기를 달아나게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바로 나라고 고백하는 사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푸른 기침 소리 *

 

* 좀 어떠세요?

좀 어떠세요?
누군가 내게 묻는
이 평범한 인사에 담긴

사랑의 말이
새삼 따듯하여

되새김하게 되네

 

좀 어떠세요?
내가 나에게 물으며

대답하는 말
ㅡ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평온하네요ㅡ

 

좀 어떠세요?
내가 다른이에게

인사할 때에는
사랑을 많이 담아

이 말을 건네리라
다짐하고 연습하며
빙그레 웃어보는 오늘

 

살아서 주고받는
인사말 한마디에
큰 바다가 출렁이네 *

 

* 어떤 결심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

 

 

* 단풍나무 아래서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
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마음속에 가득 찬 말들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안타까울 때도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저절로 기도가 되는
단풍나무 아래서
하늘을 보면 행복합니다
별을 닮은 단풍잎들의
황홀한 웃음에 취해
나의 남은 세월 모두가
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이여 *

 

* 이해인시집[희망은 깨어 있네]-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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