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향의 노래 - 복효근
지리산은
지리산으로 천 년을 지리산이듯
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
섬진강은
또 천 년을 가도 섬진강이듯
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섬진강이 깊어진 제 가슴에
지리산을 담아 거울처럼 비춰주듯
도련님은 내 안에 서있는 산입니다
땅이 땅이면서 하늘인 곳
하늘이 하늘이면서 땅인 자리에
엮어가는 꿈
그것이 사랑이라면
땅 낮은 섬진강 도련님과
하늘 높은 지리산 내가 엮는 꿈
너나들이 우리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입니다 *
* 복효근시집[새에 대한 반성문]-시와시학사
아주 검은 날개가 시방 날 부르네
등덜미에선 자꾸
부끄런 피(血)들이 멈칫대구
내 가락지 황홀한 가락지
심장을 조이네
아주 큰 손이 나를 껴안고 있네
아주 큰 눈이 내 간장 쓸개 숨구멍을 들여다보네
가슴에선 때없이 슬픈 웃음이
슬픈 기쁨들이 새나구
그렇지 내 꿈 사랑하는 꿈
벌(罰)이 되어 벌써 떠나구
어쩔꺼나 어쩔꺼나
네 울음 어쩔꺼나
(날개 없는 새들 지저귐)
아 오늘밤은
피는 꽃 지는 잎이 한데 몸섞고 있네
아 오늘밤 꿈은
지는 잎 피는 뿌리 한데 입맞추는 꿈
님은 뵈지 않아
내 거울 조각 거울 혼자 흐느끼며
큰 칼 제 얼굴에 세상빛 주워 담아
목숨은 하나 죽음은 열
죽음이 열이면
죽음의 집은 스물 마흔 무한(無限)
아주 먼 눈물이 날 출렁이고 있네
아주 오랜 배가 날 자꾸 실어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새벽은 멀구
내 고름 한 자락 땅위에 놓치이니
눈물 자국 자국마다 일어서는 누구 발자국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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