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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의 노래 - 복효근

효림♡ 2011. 12. 12. 09:18

* 춘향의 노래 - 복효근 

지리산은

지리산으로 천 년을 지리산이듯

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

 

섬진강은

또 천 년을 가도 섬진강이듯

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섬진강이 깊어진 제 가슴에

지리산을 담아 거울처럼 비춰주듯

도련님은 내 안에 서있는 산입니다

 

땅이 땅이면서 하늘인 곳

하늘이 하늘이면서 땅인 자리에

엮어가는 꿈

그것이 사랑이라면

 

땅 낮은 섬진강 도련님과

하늘 높은 지리산 내가 엮는 꿈

너나들이 우리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입니다 *

* 복효근시집[새에 대한 반성문]-시와시학사

 

* 춘향이의 꿈노래 - 강은교 

아주 기인 어둠이 날 손짓하고 있네

아주 검은 날개가 시방 날 부르네

등덜미에선 자꾸

부끄런 피(血)들이 멈칫대구

내 가락지 황홀한 가락지

심장을 조이네  

 

아주 큰 손이 나를 껴안고 있네

아주 큰 눈이 내 간장 쓸개 숨구멍을 들여다보네

가슴에선 때없이 슬픈 웃음이

슬픈 기쁨들이 새나구

그렇지 내 꿈 사랑하는 꿈

벌(罰)이 되어 벌써 떠나구  

 

어쩔꺼나 어쩔꺼나

네 울음 어쩔꺼나

(날개 없는 새들 지저귐)  

 

아 오늘밤은

피는 꽃 지는 잎이 한데 몸섞고 있네

아 오늘밤 꿈은

지는 잎 피는 뿌리 한데 입맞추는 꿈

님은 뵈지 않아

내 거울 조각 거울 혼자 흐느끼며

큰 칼 제 얼굴에 세상빛 주워 담아  

 

목숨은 하나 죽음은 열

죽음이 열이면

죽음의 집은 스물 마흔 무한(無限)  

 

아주 먼 눈물이 날 출렁이고 있네

아주 오랜 배가 날 자꾸 실어가네

어쩔꺼나 어쩔꺼나

새벽은 멀구

내 고름 한 자락 땅위에 놓치이니

눈물 자국 자국마다 일어서는 누구 발자국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