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나무 - 안상학
여름내
아무도 모르게 까치집 품고 살았다고
이제서야 첫눈에게 고백하는
겨울나무여
미안하지만 나는 너하고는 달리
말할 수 없는 사랑을 가졌어라
아무도 모르는 사랑
오래오래 품고 살았어라
겨울나무여
어느 세월
내 인생에도
가없는 겨울이 오고
첫눈이 내린다 해도
나 이렇게 가슴 깊이
따뜻한 사랑 품고 살았다 고백하지 않으리라
그때도 지금처럼
안으로만 깊이 뿌리를 내리는
아무도 모르는 우리 사랑에 대해서만 골몰하리라 *
* 오광수엮음[시는 아름답다]-사과나무
* 겨울나무 - 박이문
겨우내 벌거벗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휘고
꼭대기에는 외로운 새 한 마리
부러지지 않기 위해
견디기 위해
삶의 고뇌
음울하고 여위었지만,
살아 있다고, 견디고 있다고
말하네 *
* 겨울나무 - 나태주
빈손으로 하늘의 무게를 받들고 싶다
빈몸으로 하늘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
벗은 다리 벗은 허리로 얼음밭에서 울고 싶다.
* 겨울나무로 서서 - 이재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들을 떨군다.
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
가지의 꽃들아 잎들아
잠시 안녕
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
축복을 위해
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
살다보면 삶이란
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
분분한 낙엽,
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
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
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
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
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 산중일기 3 -겨울준비 - 이재금
곶감 두어 줄 깎아 매달아놓고
시래기 주워다 두어 줄 걸고
나무도 소복이 처마 밑에 달았다
초여름 담근 매실주 있는데
올겨울 그리운 친구 오는 날
눈 장설로 내렸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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