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 이해인
누가 종이에
'엄마' 라고 쓴
낙서만 보아도
그냥 좋다
내 엄마가 생각난다
누가 큰 소리로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냥 좋다
그의 엄마가
내 엄마 같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엄마는
병을 고치는 의사
어디서나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 놓는 요술천사
자꾸자꾸 그리워해도
그리움이 남아 있는
나의
우리의 영원한 애인
엄마 *
* 엄마를 부르는 동안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이 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됩니다
밝게 웃다가도
섧게 울고
좋다고 했다가도
싫다고 투정이고
변덕을 부려도
용서가 되니
반갑고 고맙고
기쁘대요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쁜 생각도 멀리 가고
죄를 짓지 않아 좋대요
세상에 엄마가 있는 이도
엄마가 없는 이도
엄마를 부르면서
마음이 착하고 맑아지는 행복
어린이가 되는 행복! *
*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어디에 계시는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 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깊이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 불러 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 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
* 세상에 가득한 엄마
저에게 기쁜 일이 생기면세상에는
온통 엄마의 미소로 가득합니다
저에게 슬픈 일이 생기면
세상에는
온통 엄마의 눈물로 가득합니다
이 세상을 떠나셨어도
이 세상은
온통 엄마로 가득합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살짝 울려고 하니
제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엄마
엄마는 이제 가장 아프고 그리운
저의 눈물이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이 자리를
대신해 줄 순 없을 것 같아요, 엄마 *
* 엄마, 저는요
엄마, 저는요
새해 첫날 엄마가
저의 방에 걸어 준
고운 꽃달력을 볼 때처럼
늘 첫 희망과 첫 설렘이 피어나는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첫눈이 많이 내린 날
다투었던 친구와 화해한 뒤
손잡고 길을 가던 때처럼
늘 용서하고 용서받는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엄마, 저는요
장독대를 손질하며
콧노래를 부르시고 꽃밭을 가꾸시다
푸른 하늘 올려다보시는
엄마의 그 모습처럼
늘 부지런하면서도 여유 있는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
*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엄마]-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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