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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채호기

효림♡ 2014. 4. 21. 18:22

* 해 질 녘 - 채호기 

따뜻하게 구워진 공기의 색깔들


멋지게 이륙하는 저녁의 시선


빌딩 창문에 불시착한
구름의 표정들


발갛게 부어오른 암술과
꽃잎처럼 벙그러지는 하늘


태양이 한 마리 곤충처럼 밝게 뒹구는
해 질 녘, 세상은 한 송이 꽃의 내부 *

 

*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
푸른 물 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