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효림♡ 2015. 1. 6. 10:38

 

 

*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

나는 새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웠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

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

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을 견디는 스승의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다

 

자작이여

새가 날아오기를 원한다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신 자작나무여

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새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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