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시 모음 * 비갠 여름 아침 - 김광섭 비가 갠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 * 저녁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 시인 詩 모음 2009.06.30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 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 좋아하는 詩 2009.03.26
봄 - 김광섭 * 봄 -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은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 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 좋아하는 詩 2009.03.05
산 - 김광섭 * 산 - 김광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뎄다가는 해 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들만 남겨 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 .. 좋아하는 詩 2008.06.20
헌신(獻身) - 김광섭 * 헌신(獻身) - 김광섭 불심(佛心)이 선 것을 자랑하려고 여우와 원숭이와 토끼가 제석(帝釋)님을 찾아갔다 어쩌나 보느라고 시장기가 돈다 하니 여우는 잉어새끼를 물어오고 원숭이는 도토리알을 들고 왔는데 토끼만 빈 손에 와서 모닥불을 피우더니 불 속에 폴칵 뛰어들며 익거든 내 고.. 좋아하는 詩 2008.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