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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獻身) - 김광섭

효림♡ 2008. 5. 20. 09:36

* 헌신(獻身) - 김광섭 

 

불심(佛心)이 선 것을 자랑하려고

여우와 원숭이와 토끼가

제석(帝釋)님을 찾아갔다

어쩌나 보느라고

시장기가 돈다 하니

 

여우는 잉어새끼를 물어오고

원숭이는 도토리알을 들고 왔는데

토끼만 빈 손에 와서

모닥불을 피우더니

불 속에 폴칵 뛰어들며

익거든 내 고기를 잡수시라 했다

 

제석님이 그 진심(眞心)을 가상히 여겨

유해나마 길이 우러러 보라고

달 속에 옮겨 놓아

지금도 토끼가 달 속에 살고 있는 것은

헌신(獻身)과 진심(眞心)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 김광섭시집[성북동 비둘기]-미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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