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논두렁에 서서 - 이성선

효림♡ 2008. 5. 27. 10:16

                     

* 논두렁에 서서 - 이성선 

 

갈아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 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아프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 있다

늘 떨며 우왕좌왕하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서 있기나 한 듯

무심하고 아주 선명하다 *

 

* 이성선 시선집-시와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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