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서시 - 윤동주- 이시영- 김수영 - 이성복- 이해인

효림♡ 2008. 5. 7. 07:52

* 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 서시 - 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

 

* 서시 - 김수영  

나는 너무나 많은 첨단의 노래만을 불러왔다

나는 정지의 미에 너무나 등한하였다

나무여 영혼이여

가벼운 참새같이 나는 잠시 너의

흉하지 않은 가지 위에 피곤한 몸을 앉힌다

성장은 소크라테스 이후의 모든 현인들이 해온 일

정리는

전란에 시달린 20세기 시인들이 해놓은 일

그래도 나무는 자라고 있다 영혼은

그리고 교훈은 명령은

나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용서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이 시대는 아직도 명령의 과잉을 요구하는 밤이다

나는 그러한 밤에는 부엉이의 노래를 부를 줄도 안다

 

지지한 노래를

더러운 노래를 생기없는 노래를

아아 하나의 명령을 *

* 김수영시선[거대한 뿌리]-민음사

 

* 序詩 -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 서시 - 박영근

가다가 가다가

울다가 일어서다가

만나는 작은 빛들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

 

두려워 떨며 웅크리다

아주 어두운 곳으로 떨어져서

피를 흘리다 절망하는 모습과

불쌍하도록 두려워 떠는 모습과

외로워서 목이 메이도록

그리운 사람을 부르며

울먹이는 모습을,

밤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지나간 시절이 원죄처럼 목을 짓누르는

긴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맺히도록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고 부딪치고

부딪쳐서 굳어진 것들을  흔들고

흔들어 마침내

다른 모든 생명들과 함께

흐르는 힘을

시라고 부르고 싶다.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시간들 속에서

일하고 먹고 살아가는 일을

뉘우치는 시간들 속에서

때때로 스스로의 맨살을 물어뜯는

외로움 속에서 그러나

아주 겸손하게 작은 목소리로

부끄럽게 부르는 이름을

시라고 쓰고 싶다. *

* 박영근시선집[솔아푸른솔아]-강

 

* 서시 - 이해인

당신을 위한 나의 기도가

그대로

한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당신 안에 숨 쉬는 나의 매일이

읽을수록 맛드는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때로는 아까운 말도

용기 있게 버려서 더욱 빛나는

한 편의 시처럼 살게 하소서 *

 

* 서시 - 고은
해가 진다
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 사랑해야겠다

너를 사랑해야겠다
세상의 낮과 밤 배고프며 너를 사랑해야겠다 *

 

* 서시 - 고은
너와 나 사이

여기에 머나먼 별빛이 온다

부여땅 몇천리

마한 쉰네 고을마다 변한 진한 마을마다

나와 너 사이 만남이 있다

그 이래 하나의 마음이 되고 만 노래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노래 수많은 노래로 흩어지기까지

이 오랜 땅에서

서로 헤어진다는 것은 확대이다

어느 누구도 저 혼자일 수 없는

삶의 날들이 있다

 

오 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기어이 사람이다 *

* 고은시집[만인보01]-창비,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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