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 김정환 * 철길 -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 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 오름을 적셔 주었다. 무너져 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 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희망이, 그만.. 좋아하는 詩 2018.01.02
독수리 - 김정환 * 독수리 - 김정환 잘난 사람들은 모른다 내 날개는 바로 어깻죽지의 운명이라는 것을. 날아오르는 날개는 없다. 내 무게보다 더 무거운 어떤 떠받침이 있을 뿐. 숭배보다 더한 그 무엇이 있을 뿐. 지상의 짐승의 시체를 파먹으며 내 날개가 느끼는 것은 유가족 집단의, 집단적인 위의(威儀.. 좋아하는 詩 2013.04.23
유채꽃밭 - 김정환 * 유채꽃밭 - 김정환 내가 그대의 허망함을 눈치채기도 전에 그대가 나의 미망(未亡)의 눈앞에 펼쳐논 온통 샛노란 불볕, 벌판 그대는 내 앞에서 그대의 몸가짐을 흐트리며 출렁이면서 그대의 마음도 눈이 부시게 흔들리고 싶을 때 그러나 그대가 일용의 양식으로 머금고 배앝아 낸 입술.. 좋아하는 詩 2010.02.24
가을에 - 김정환 * 가을에 - 김정환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황토길을 그리워 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긴직해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 아니라 다만 그대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 뿐 이제 초라히 부서져 내리는 늦가을 뜨락에서 나무들의 헐.. 좋아하는 詩 2008.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