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독수리 - 김정환

효림♡ 2013. 4. 23. 12:53

* 독수리 - 김정환

 

잘난 사람들은 모른다

내 날개는 바로 어깻죽지의

운명이라는 것을.

날아오르는 날개는 없다.

내 무게보다 더 무거운 어떤

떠받침이 있을 뿐.

숭배보다 더한

그 무엇이 있을 뿐.

지상의

짐승의 시체를 파먹으며

내 날개가 느끼는 것은

유가족

집단의, 집단적인

위의(威儀),

산 귀 속 슬픈 노래와

죽은 귀 속으로

살아남은 선율의.

그 사이 그 벽의.

그 벽인 나의.

꿈 언저리 머나먼

가족의 악몽의.

내가 산 개구리를 한입에 잡아먹지 않는 것은

털도 없이 뙤약볕을 받는

그의 점액질

면적이 죄다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의 면적은 그의 세계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간은

순서를 닮지 않는다. 오히려 내력의

그림이 공간을 닮는다.

현재는 시간의 질서지만

내 공포에는 비린내가 없다.

날개로 하여

내 몸은 부사다.

삶이 삶이기 위하여 때로는

죽음의 껍질이 되고

죽음이 죽음이기 위하여 때로는

가장 떨리는 그

Xㅡ레이를

나는 안다. 비로소 퉁퉁 부은

발이 보일 때

때로는 비로소

발이 퉁퉁 부어 보일 때

나는 가위눌리는 식사

준비를 한다.

잘난 사람들은 원두커피나 끓일 때

내 식사에는 아누리 모여도 범죄의

구성이 없다.

잘난 사람들은 그걸 악기라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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