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 모음 2 *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 시인 詩 모음 2017.05.02
커피 시 모음 * 그냥커피 - 오탁번 옛날 다방에서 그냥커피를 마시는 토요일 오후 산자락 옹긋옹긋한 무덤들이 이승보다 더 포근하다 채반에서 첫잠 든 누에가 두잠 석잠 다 자고 섶에 올라 젖빛 고치를 짓듯 옛날다방에서 그냥커피 마시며 저승의 잠이나 푹 자고 싶다 * * 커피 기도 - 이상국 커피점에 .. 시인 詩 모음 2016.12.12
별 시 모음 * 별 - 정진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 별 - 고은 저문 강 다리 있어라 건너갈 다리 있어라.. 시인 詩 모음 2016.11.04
희망(希望) 시 모음 * 희망(希望) - 전봉건 아름다운 어느 한 아름다운 날을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가슴께에서 꽃과 사과이고 싶은 것은 꽃바구니의. 달빛에 씻긴 이슬을 이슬 머금은 배추가 진주(眞珠)처럼 아롱지며 트이는 아침을 푸른 바다 어리는 비둘기의 눈동자를 태양(太陽)이 웃으며 내려오는 하늘….. 시인 詩 모음 2016.10.11
편지 시 모음 * 편지 -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 * 편지 - 노향림 가는 해와 오는 해 사이// 묵묵히 고개 숙여 수많은 생각을 하고// 수많.. 시인 詩 모음 2016.07.06
경주 남산 시 모음 * 길 -경주 남산 - 정일근 마음이 길을 만드네 그리움의 마음이 없다면 누가 길을 만들고 그 길 지도 위에 새겨놓으리 보름달 뜨는 저녁 마음의 눈도 함께 떠 경주 남산 냉골 암봉 바윗길 따라 돌 속에 숨은 내 사랑 찾아가노라면 산이 사람에게 풀어 놓은 실타래 같은 길은 달빛 아니라도 .. 시인 詩 모음 2016.05.25
살구꽃 시 모음 * 살구꽃 - 김용택 누님은 하루 종일 고개 들지 않았습니다. 큰 집 돌담에 기대선 아름드리 살구나무 살구꽃이 한 잎 두 잎 바람에 날려 푸른 이끼 돋는 돌담 위에 가만가만 내려앉습니다. 신랑을 따라 고샅길은 잠시 두세 두세 환했습니다. 텃논 한쪽 귀퉁이, 끝이 까맣게 탄 마늘들이 솟.. 시인 詩 모음 2016.04.05
달팽이 시 모음 * 달팽이 - 정호승 집을 등에 지고 가는 그를 밟지 마시라 살짝만 밟아도 으깨지는 그를 그대로 두시라 그는 집을 별이라고 생각하고 별을 가볍다고 생각할 때가 있으므로 서울역 대합실이든 지하철 통로이든 기어가거나 걸어가거나 누구나 가는 길의 끝은 다 눈물의 끝이므로 봄비가 오.. 시인 詩 모음 2016.03.14
입춘(立春) 시 모음 * 입춘 - 안도현 바깥에 나갔더니 어라, 물소리가 들린다 얼음장 속 버들치들이 꼭 붙잡고 놓지 않았을 물소리의 길이가 점점 길어진다 허리춤이 헐렁해진 계곡도 되도록 길게 다리를 뻗고 참았던 오줌을 누고 싶을 것이다 물소리를 놓아버린 뒤에도 버들치들은 귀가 따갑다 몸이 통통해.. 시인 詩 모음 2016.02.01
만추(晩秋) 시 모음 * 만추 - 이재무 가을은 오랑캐처럼 쳐들어와 나를 폐허로 만들지만 무장 해제당한 채 그저, 추억의 부장품마저 마구 파헤쳐대는 무례한 그의 만행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나는 서러운 정서의 부족이다. * * 만추 - 노천명 가을은 마차를 타고 달아나는 신부 그는 온갖 화려.. 시인 詩 모음 201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