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 김소연 * 그래서 - 김소연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 좋아하는 詩 2019.01.29
첫키스 - 한용운 * 첫키스 - 한용운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뜨거운 사랑에 웃으면서 차디찬 잔 부끄럼에 울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 좋아하는 詩 2019.01.07
광화문, 그 숲의 끝에 서서 - 정복여 * 광화문, 그 숲의 끝에 서서 - 정복여 지난해 당신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속 눈 덮인 상수리 나무숲, 그 숲을 걸어들어간 나는 발자국마다 다시 내려덮이는 눈을 뒤돌아보며 어딘가에 숲이 끝나는 길을 찾고 있었다 눈 위에 다시 눈이 쌓이고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가지들은 마른 뼈.. 좋아하는 詩 2018.12.22
도깨비 감투 - 이갑수 * 도깨비 감투 - 이갑수 사람이라면 누구나 쓰면 쓴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있다 모든 사람은 제 도깨비 감투를 쓰고서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들 간다 인간들은 모두 사람 감투를 쓰고 있다 이 세상에 사람들만 사는 줄로 알게 된다는 사람 감투를 쓰고서 투명.. 좋아하는 詩 2018.12.07
24절기(二十四節氣) 시 모음 * 입춘(立春) - 안도현 바깥에 나갔더니 어라, 물소리가 들린다 얼음장 속 버들치들이 꼭 붙잡고 놓지 않았을 물소리의 길이가 점점 길어진다 허리춤이 헐렁해진 계곡도 되도록 길게 다리를 뻗고 참았던 오줌을 누고 싶을 것이다 물소리를 놓아버린 뒤에도 버들치들은 귀가 따갑다 몸이 .. 좋아하는 詩 2018.11.20
꽃은 향기로 비우고 나비는 춤으로 비운다 - 박두규 * 상강(霜降) - 박두규 여름내 침략을 일삼던 칡이나 환삼덩굴도 잠잠해지고 강물은 스스로 야위어 몸을 낮추더니 어둠의 바닥이 되었다. 서리님 오시려나 보다. 모두가 지극정성 낮은 자세로 한 시절을 맞으니 나도 이제 말도 좀 줄이고 먹는 것도 줄여야겠다. 수심 깊이 외로워져 퀭한 .. 좋아하는 詩 2018.11.10
헛꽃 - 박두규 * 헛꽃 -산수국꽃은 너무 작아 꽃 위에 또 헛꽃을 피워 놓고 제 존재를 수정해 줄 나비 하나를 기다린다 - 박두규 숲에 들어 비로소 나의 적막을 본다 저 가벼운 나비의 영혼은 숲의 적막을 날고 하얀 산수국, 그 고운 헛꽃이 내 적막 위에 핀다 기약한 세월도, 기다림이 다하는 날도 오기는.. 좋아하는 詩 2018.11.10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 S. P 슈츠 *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 S. P 슈츠 그대와 함께 산길을 걷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그대와 함께 꽃을 꺾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그대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그대와 비밀스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 바로 나이게 하옵소서 슬픔에 젖은 그대와 .. 좋아하는 詩 2018.11.09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 문태준 *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 문태준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 좋아하는 詩 2018.11.07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기에도 너무 지칠 .. 좋아하는 詩 201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