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이병기 * 비 - 이병기 짐을 매어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나리는 비 來日도 나리오소서 連日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나리는 비 저윽이 말리는 정은 날보다도 더하오 잡었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 좋아하는 詩 2008.05.28
논두렁에 서서 - 이성선 * 논두렁에 서서 - 이성선 갈아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 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 좋아하는 詩 2008.05.27
헌신(獻身) - 김광섭 * 헌신(獻身) - 김광섭 불심(佛心)이 선 것을 자랑하려고 여우와 원숭이와 토끼가 제석(帝釋)님을 찾아갔다 어쩌나 보느라고 시장기가 돈다 하니 여우는 잉어새끼를 물어오고 원숭이는 도토리알을 들고 왔는데 토끼만 빈 손에 와서 모닥불을 피우더니 불 속에 폴칵 뛰어들며 익거든 내 고.. 좋아하는 詩 2008.05.20
가는 길 - 허형만 * 가는 길 - 허형만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실성했다 해도 허파에 바람들었다 해도 이제부터는 그냥 웃기만 하기로 했다 내 가는 길 훤히 트이어 잘 보이므로 좋아하는 詩 2008.05.13
흐린 날 - 문정희 * 흐린 날 - 문정희 흐린 날은 절에 가고 싶다 석연 꽃 아래 북이 울리고 목어가 우는 절에 가면 나는 연등이 되리라 펄럭이는 하늘 끝에 걸리리라 무슨 새의 혼을 쓰고 태어났기에 날아도 날아도 허공이 남을까 흐린 날은 그 허공 절에 갖다 아낌없이 바치고 나는 연등이 되리라 펄럭이는 .. 좋아하는 詩 2008.05.12
서시 - 윤동주- 이시영- 김수영 - 이성복- 이해인 * 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 서시 - 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 좋아하는 詩 2008.05.07
매화와 매실 - 최두석 * 매화와 매실 - 최두석 선암사 노스님께 꽃이 좋은지 열매가 좋은지 물으니 꽃은 열매를 맺으려 핀다지만 열매는 꽃을 피우려 익는다고 한다 매실을 보며 매화의 향내를 맡고 매화를 보며 매실의 신맛을 느낀다고 한다. 꽃구경 온 객도 웃으며 말한다 매실을 어릴 적에는 약으로 알고 자.. 좋아하는 詩 2008.05.07
대숲 아래서 - 나태주 * 대숲 아래서 -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 좋아하는 詩 2008.05.06
세월의 강물 - 장 루슬로 * 세월의 강물 - 장 루슬로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 더 .. 좋아하는 詩 2008.05.01
궁금한 일 - 장석남 * 궁금한 일 -박수근의 그림에서 -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 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 [할머니] 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 좋아하는 詩 2008.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