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알리아 - 정지용 * 다알리아 - 정지용 가을볕 째앵하게 내려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다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다알리아 시악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젖가슴과 부끄럼성이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악시야, 순하디순하여다오 암사슴처럼 뛰어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돌아다니는 흰 못물 같은 하.. 좋아하는 詩 2008.07.18
패랭이 꽃 - 류시화 * 패랭이꽃 - 김동리 파랑새를 쫓다가 들 끝까지 갔었네 흙 냄새 나무빛깔 모두 낯선 타관인데 패랭이 꽃 무리지어 피어있었네 * 패랭이꽃 - 류시화 살아 갈 날들보다 살아 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 본다. 한 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 좋아하는 詩 2008.07.15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좋아하는 詩 2008.07.12
집으로 가는 길 - 신경림 * 집으로 가는 길 - 신경림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 좋아하는 詩 2008.07.11
봉선화 - 김상옥 * 봉선화(鳳仙花) - 김상옥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 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 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 좋아하는 詩 2008.07.10
임방울 - 송찬호 * 임방울 - 송찬호 삶이 어찌 이다지 소용돌이치며 도도히 흘러갈 수 있단 말인가 그 소용돌이치는 여울 앞에서 나는 백 년 잉어를 기다리고 있네 어느 시절이건 시절을 앞세워 명창은 반드시 나타나는 법 유성기 음반 복각판을 틀어놓고, 노래 한 자락으로 비단옷을 지어 입었다는 그 백 .. 좋아하는 詩 2008.07.08
너를 위하여 - 김남조 *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랑아 쓸쓸히 검은 머리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 좋아하는 詩 2008.07.07
풀따기 - 김소월 * 풀따기 - 김소월 우리 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 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 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 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옅게 .. 좋아하는 詩 2008.07.03
빗소리 - 주요한 * 빗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 좋아하는 詩 2008.07.02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좋아하는 詩 2008.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