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민들레 - 도종환 * 오월 민들레 - 도종환 내가 이름없는 땅에 이렇게 피어있는 것은 이곳이 나의 땅인 까닭입니다 내가 이렇게 홀로 피어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이 세상 모든 꽃들도 제 홀로는 다 그렇게 있는 까닭입니다 풀과 꽃들이 모두 그렇게 있을 곳에 있듯이 당신과 나도 그렇게 있는 것입니다 날.. 도종환* 2009.05.06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 도종환 *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 도종환 꽃들은 향기 하나로 먼 곳까지 사랑을 전하고 새들은 아름다운 소리 지어 하늘 건너 사랑을 알리는데 제 사랑은 줄이 끊긴 악기처럼 소리가 없었습니다 나무는 근처의 새들을 제 몸 속에 살게 하고 숲은 그 그늘에 어둠이 무서운 짐승들을 살게 하는데 .. 도종환* 2009.05.05
바람이 오면 - 도종환 *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 *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빗발.. 도종환* 2009.05.05
꽃 지는 날 - 도종환 * 꽃 지는 날 - 도종환 아침나절은 피는 꽃 지는 꽃을 보느라 다 보내고 오후에는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산기슭에 저 혼자 피었다 지는 나무의 꽃잎이 눈발처럼 날리는 날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마당을 점점이 덮은 산벚나무 꽃잎, 연못 위에 떨어진 연분홍 개복숭아 꽃잎, 바.. 도종환* 2009.05.05
꽃 지는 날 - 도종환 * 꽃 지는 날 - 도종환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지는 날이 찾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도종환* 2009.05.05
산을 오르며 - 도종환 * 산을 오르며 - 도종환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 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르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 도종환* 2009.04.13
저무는 꽃잎 - 도종환 * 저무는 꽃잎 - 도종환 가장 화려하게 피었을 때 그리하여 이제는 저무는 일만 남았을 때 추하지 않게 지는 일을 준비하는 꽃은 오히려 고요하다 화려한 빛깔과 향기를 다만 며칠이라도 더 붙들어두기 위해 조바심이 나서 머리채를 흔드는 꽃들도 많지만 아름다움 조금씩 저무는 날들이 .. 도종환* 2009.04.13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 도종환* 2009.04.13
꽃소식 - 도종환 * 꽃소식 - 도종환 날이 풀리면 한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 도종환* 2009.04.10
다시 피는 꽃 - 도종환 * 다시 피는 꽃 -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 도종환* 200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