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슬픔에게 - 김소운

효림♡ 2008. 4. 24. 21:07

 

* 슬픔에게 - 김소운  

 

부부싸움을 하고 밖에 나가  

저녁 바람에 기대니

오늘따라

우주의 꿈들이 모두 하늘에

모였을까

잘 빚어진 滿 月이

슬며시 내려와

내 손을 잡아 주는데

부끄럼도 없이

부끄럼도 없이

눈물나는 설움의 꽃

슬퍼서 슬프지 않고

슬프지 않으므로 더 슬픈 슬픔이여

다음에 나는 풀꽃으로 살리라

가려서 눈부신 장미송이 아니라

아무데나 무심히 피어나는

그런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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