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상리과원 - 서정주

효림♡ 2008. 4. 28. 23:08

* 上理果園 - 서정주 

 

꽃밭은 그향기만으로 볼진대 漢江水나 洛東江上流와도같

은 降降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골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딸년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질거운 웃음판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타고난 기쁨을 찬란히 터트리는 몸둥아리

들이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서양에서 건네온 배나무의 어떤

것들은 머리나 가슴팩이뿐만이아니라 배와 허리와 다리 발ㅅ

굼치에까지도 이분 꽃숭어리들을 달었다. 맵새, 참새, 때까

치, 꾀꼬리, 꾀꼬리새끼들이 朝夕으로 이많은 기쁨을 대신 읊

조리고, 數十萬마리의 꿀벌들이 왼종일 북치고 소구치고 마

짓굿 올리는 소리를허고, 그래도 모자라는놈은 더러 그속에

묻혀 자기도하는것은 참으로 當然한 일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사랑할려면  어떻게했으면 좋겠는가. 무쳐

서 누어있는 못물과같이 저 아래 저것들을 비추고 누어서, 때

로 가냘푸게도 떨어져네리는 저 어린것들의 꽃닢사귀들을 우

리 몸우에 받어라도 볼것인가. 아니면 머언 山들과 나란히 마

조 서서, 이것들의 아침의  油頭粉面과, 한낮의 춤과, 黃昏의

어둠속에 이것들이 자자들어 돌아오는 ㅡ아스라한 沈潛이나

지킬것인가.

하여간 이 한나도 서러울것이 없는것들옆에서, 또 이것들

을 서러위하는 微物하나도 없는곳에서, 우리는 서뿔리 우리

어린것들에게 서름같은 걸 가르치지말일이다. 저것들을 祝福

하는 때까치의 어느것, 비비새의 어느것, 벌나비의 어느것,

또는 저것들의 꽃봉오리와 꽃숭어리의 어느 것에 때체 우리

가 행용 나즉히 서로 주고받는 슬픔이란것이 깃들이어 있단

말인가.

이것들의 초밤에의 完全歸巢가 끝난 뒤, 어둠이 우리와 우

리 어린것들과 山과 냇물을 까마득히 덮을때가 되거던, 우리

는 차라리 우리 어린것들에게 제일 가까운곳의 별을 가르쳐

뵈일일이요, 제일 오래인 鐘소리를 들릴일이다.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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