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금한 일 -박수근의 그림에서 - 장석남
인쇄한 박수근 화백 그림을 하나 사다가 걸어놓고는 물끄
러미 그걸 치어다보면서 나는 그 그림의 제목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보곤 하는데 원래 제목인 [강변]도 좋지만 [할머니]
라든가 [손주]라는 제목을 붙여보아도 가슴이 알알한 것이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다가는 나도 모르게 한 가지 장
면이 떠오릅니다. 그가 술을 드시러 저녁 무렵 외출할 때에
는 마당에 널린 빨래를 걷어다 개어놓곤 했다는 것입니다.
그 빨래를 개는 손이 참 커다랐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장엄
하기까지 한 것이어서 聖者의 그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멋쟁이이긴 멋쟁이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또한 참으로 궁금한 것은 그 커다란 손등 위에서 같
이 꼼지락거렸을 햇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갔
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장엄한 손길
위에 다시 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마른 빨래를 개며
들었을지 모르는 뻐꾹새 소리 같은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
까. 내가 궁금한 일들은 그러한 궁금한 일들입니다. 그가 가
지고 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오는
지...... 저녁이 되어 오는지...... 가을이 되어 오는지......
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입니다. *
* 김용택[시가 내게로 왔다]-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