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낙엽시초(落葉詩抄) - 황금찬

효림♡ 2008. 6. 10. 09:19

* 꽃의 말 - 황금찬

사람아

입이 처럼 고와라

그래야 말도

꽃같이 하리라

사람아 * 

 

* 5월이 오면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 있던 난초가
꽃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 자화상   

그 사람의 얼굴엔

코가 3분의 2

그래 20세기 후반기의

고집을 가진가부다.

 

거울을 본다.

거울 속의 내 코는

이름 없는 능선.

 

나의 거울에다

오줌을 갈긴다.

아! 번져가는 오줌 속에

일그러지는 모습이여.

 

막걸리를 마시며

빈대떡을 먹는다.

신통히도 나처럼

코가 낮은 사람들.

 

내 고향은 지중해 근방도 아니다.

강원도 어느 화전민들의 마을.

그때 할아버지의 코가

그리도 낮았더란다.

 

이것은 누구의 죈가.

내 코가 낮은 것은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아무도 대답할 사람이 없구나.

 

나는 그림을 그린다.

얼굴의 3분의 2 크기로

코를 그린다. *  

 

* 낙엽시초(落葉詩抄)  
꽃잎으로 쌓올린 절정에서
지금 함부로 부서져가는 '너'
낙엽이여
창백한 창 앞으로

 
허물어진 보람의 행렬이 가는 소리
가없는 공허로 발자국을 메우며
최후의 기수들의 기폭이 간다

 
이기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저 찢어진 깃발들
다시 언약을 말자
기울어지는 황혼에
내일 만나는 것은 내가 아니다

 

고궁에 국화가 피는데
뜰 위에 서 있는 '나'
이별을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문을 닫으라
낙엽
다시는 내 가는 곳을 묻지 말라 *
 

 

* 행복  

밤이 깊도록

벗할 책이 있고

한잔의 차를

마실수 있으면 됐지

그외에 또 무엇을

바라 겠는가

 

하지만 친구여

시를 이야기 할 수있는

연인은 있어야 겠네

 

마음이 꽃으로 피는

맑은 물소리

 

승부에 집착하지 말게나

3욕이 지나치면

벗을 울린다네.

 

* 산길 

산길은 꿈을 꾸고 있네
아름들이 나무 뒤로 숨고
뻐국새는
한낮을 울어 골을 메우고 있네

긴 사연이
역마루를 넘어갔다
기다리는 마음이
산길이 되네

산길은 꿈을 꾸고 있네
진종일 혼자서
꿈을 꾸었네 *

 

* 새 아침에 

내게 묻는다

내가 새 아침에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고

나는 누구도 눈 뜨지 않은

새벽에 소망의 하늘나무 한 그루를

심겠노라고

그 나무가 자라

선한 열매가 열려 익어갈 때

이 땅에 비로소

풍요와

사랑이 오리라고

미워하는 사람
미움받는 사람 하나도 없이
너와 나는
비익조가 되어
하늘을 날고
그 하늘나무엔
평화의 구름이
열리듯
덮일 거라고

 

* 나의 소망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 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
* 월간[좋은 생각]-2008년 1월호

 

* 새 

새는

몇 십년이나 될까

내 가슴에 집을 짓고

살았네

어느 날

칼날의 날개를 펴

둥지를 떠나고 말았네

빈 집은

바람이 부는 날

울고 있다네

나는 아직도

그 새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네 *

 

* 보내놓고

봄비 속에

너를 보낸다

 

쑥 순도 파아라니

비에 젖고

 

목매기 송아지가

울며 오는데

 

멀리 돌아간 산 굽잇길

못 올 길처럼 슬픔이 일고

 

산비

구름 속에 조는 밤

 

길처럼 애달픈

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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