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봄비 - 변영로

효림♡ 2009. 3. 3. 07:56

* 봄비 - 변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ㅡ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ㅡ

아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니!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ㅡ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논개(論介)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 

 

* 사랑은

사랑은 겁 없는 가슴으로서

부드러운 님의 가슴에 건너 매여진

일렁일렁 흔들리는 실이니

 

사람이 목숨 가리지 않거든

그 흔들리는 실 끊어지기 전

저 편 언덕 건너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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