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봄은 간다 - 김억

효림♡ 2009. 4. 1. 08:17

* 봄은 간다 - 김억  

밤이도다

봄이도

 

밤만도 애달픈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

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

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  

 

* 나의 사랑은

나의 사랑은

황혼의 수면(水面)에

해쑥 어리운

그림자 같지요

고적도 하게

 

나의 사랑은

어두운 밤날에

떨어져 도는

낙엽과 같지요

소리도 없이 *

 

* 오다 가다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라고

그만 잊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십리 포구 산 너먼

그대 사는 곳

송이송이 살구꽃

바람과 논다

 

수로(水路) 천리 먼먼 길

왜 온 줄 아나

예전 놀던 그대를 못 잊어 왔네 * 

 

* 연분홍

봄바람 하늘하늘 넘노는 길에

연분홍 살구꽃이 눈을 듭니다

 

연분홍 송이송이 못내 반가워

나비는 너훌너훌 춤을 춥니다

 

연분홍 송이송이 바람에 지니

나비는 울며울며 돌아섭니다 *

 

* 봄바람

하늘하늘
잎사귀와 춤을 춥니다.

하늘하늘
꽃송이와 입밪춥니다.

하늘하늘
어디론지 떠나갑니다.

하늘하늘
떠서 도는 하늘바람은


그대 잃은
이내 몸의 넋들이외다.

 

* 비 
포구십리(浦口十里)에 보슬보슬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긴 여름날 한나절을
모래알만 울려놓았소

 

기다려선 안 오다가도
설운 날이면 보슬보슬
만나도 못코 떠나버린
그 사람의 눈물이던가

 

설운 날이면 보슬보슬
어영도(漁泳島)라 갈매기 떼도
지차귀가 촉촉히 젖어
너훌너훌 날아를 들고

 

자취 없는 물길 삼백리
배를 타면 어데를 가노
남포(南浦) 사공 이내 낭군님
어느 곳을 지금 헤매노 *

* 한국문학선집[시]-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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