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효림♡ 2009. 4. 2. 08:34

 

*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살은 내려오고, 둥 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걷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고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너머, 골 너머,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 한국문학선집[시]-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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