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기도 - 정채봉

효림♡ 2009. 4. 3. 08:16

* 기도 - 정채봉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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