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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꽃 핀 마을 - 이호우

효림♡ 2009. 4. 15. 07:54

* 살구꽃 핀 마을 - 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려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

 

* 달밤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 익은 풍경이되 달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 들던 그날밤도
할버진 율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 벚꽃 
죄짓듯 한잎 두잎 그렇게야 피고 지랴

풍운(風雲)처럼 봄을 뒤덮고 화르르르 만접(萬蝶)의 군무(群舞)

얼마나 화려(華麗)한 회귀(回歸)인가 무상(無常)도 낭만(浪漫)일레.

 

* 학(鶴)

날고 蒼穹(창궁)을 누벼도

목메임을 풀 길 없고

 

장송(長松)에 내려서서

외로 듣는 바람 소리

 

저녁놀 긴 목에 이고

또 하루를 여위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