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詩

애기똥풀꽃 - 복효근

효림♡ 2009. 6. 1. 07:49

 

* 애기똥풀꽃복효근

 

어디 연꽃만이 연꽃이겠느냐
집 뒤꼍 하수로가에 
노랗게 핀 애기똥풀꽃 보라 
어릴 적 
어머니 말씀 
젖 모자라 맘죽만 먹고도 
애기똥풀 노란 꽃잎같이 
똥만은 예쁘게 쌌더니라 
항하의 탁한 물 
암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단다 
그래, 잘 먹는 일보다 
잘 싸는 일이 중한 거여 
이 세상 아기들아 
잘 싸는 일이 잘 사는 일 
시궁창 물가에 서서도 
앙증스레 꽃 피워 문 
애기똥풀 보아라 
어디 연꽃만이 연꽃이겠느냐 

 

* 불타는 똥막대기 - 복효근 

긴긴 윤사월 장승상댁에 품 팔러 간 청이를 기다리다기다리
다 배는 고파오고 조급증에 심봉사 지팡이 찾아들고 청이 마중
을 나갔네 지난 여름 홍수에 길이 끊겨 허방진 곳에 외나무다
리 하나 놓였네 더듬더듬 건너가다 미끄러져 지팡이도 놓치고
떨어질 순간 가까스로 외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나살려주 날살
려주 외쳤네 때마침 탁발 나갔던 몽은사 노스님이 이를 보고
기진맥진 소리조차 못 지르는 심봉사에게 다가가 구해달라는
목숨은 구해주지 않고 알아먹기 힘든 한 마디 하는 말, '눈이
멀고 마음이 급하여 냄새를 못 맡을 뿐 시방 당신이 붙들고 있
는 그 외나무다리는 똥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데다가 외나무다
리 양끝에선 불이 붙어 바작바작 타들어오고 있노라' 그 몇 마
디 남기고 스님은 떠나버렸는데 심봉사 그 스님 욕을 발악발악
하다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판에 냄새나고 뜨거운 똥나무
에서 타죽느니 물에 빠져나 죽자고 외나무를 놓아버렸네 그런
데 왠일인가 냇물은 말라 있었고 도랑의 깊이는 허리도 못 미
치는 것이었네 맥없이 웃으며 그 곳을 나온 심봉사 훗날 인생
이 무엇이냐는 딸 청이의 심각한 물음에 인생은 불타는 똥막대
기란다 하고 못 알아들을 말 한마디 남겼다 하네 *
* 복효근시집[새에 대한 반성문]-시와시학사